밤늦게 입시를 준비하던 야간반 제자가 어느 날 사색이 되어 저를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아무리 계산해 봐도 아이가 너무 일찍 나왔습니다. 이혼해야겠습니다.” 늘 밝은 이미지의 학생이었는데 뭔일인가 햇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 채 10개월이 되지 않았는데 아내가 아이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임신 기간을 막연히 1년(12개월) 혹은 꽉 찬 10개월로 알고 있었고, 신혼여행 날짜와 대조해 보며 혼자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던 것이죠. 가장 힘든것이 결혼준비를 하면서 다른 남자를 만나고 결혼식이 다되어서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햇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고. 저는 노트를 펴고 그를 위해 명쾌한 ‘생물학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임신 280일의 과학적 계산
“자네, 잘 들어보게. 임신 기간 280일은 마지막 월경 시작일부터 계산하는 것이네. 수정이 일어나는 배란기는 보통 그로부터 2주 뒤지. 정자의 수명은 약 3~5일, 난자는 12~24시간이라네.”
사실 강의 시간에 그렇게 열심히 강조 하며 가르쳤던것인데…..,
노트에 그의 결혼 날짜와 신혼여행 시기를 적어 내려갔습니다. “신혼여행지에서 아이가 생겼다면, 수정일로부터 계산했을 때 지금 아이를 만나는 건 생물학적으로 너무나 당연하고 건강한 ‘허니문 베이비’라네. 자네가 계산한 방식이 틀린 거야.”

강의로 한가정의 이혼을 막다
수업 시간보다 더 집중하던 제자의 눈이 커졌습니다. 280일의 과학적 계산이 그의 머릿속 의구심을 단번에 씻어낸 것입니다. 얼굴에 화색이 돈 그는 연신 고맙다며 그날 밤 제게 맛있는 저녁까지 대접했습니다. 지식이 단순히 시험 점수가 아닌, 한 가정을 지키는 방패가 되었던 그날의 보람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